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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채민우 경정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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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국인코스프레 이름으로 검색  (59.♡.211.246) 작성일16-09-15 21:30 조회7,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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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싫어도 새벽은 오기 마련이고, 물론 새벽이 오면 아침도 오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아침이 오고, 누구나가 그렇듯 한 남자의 하루 또한 시작되었다.

 

“…휴우.”

 

 손을 뻗어 요란하게 울리는 자명종을 끄고, 이마에 손을 올려 장시간의 수면으로 인한 두통을 억누른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다. 그 눈에 매일 보아왔던 똑같은 풍경이 들어온다. 작고 소박하지만 안락한, 자신의 보금자리였다.

 

 이제 매일처럼 준비를 하고, 일터로 나가면 되겠지. 이 일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일터로 나가, 그 사람…아니, 그 상관을 만나면 될 것이다.

 

 송은이 경정을.

 

 특경대원 채민우가 처음 송은이 경정을 만났을 때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동안으로 보이는 여성이구나 싶은 정도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기뻤다. 칙칙하고 대하기 힘든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상관으로써는 나았으니까. 이 하루하루가 힘겹던 특경대원 생활도 조금은 나아지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일주일도 안 되어 접게 되었다.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부하들에게 살갑게 대하고, 가끔…정말 가끔이지만 기발한 발상을 내놓기도 하며, 특히 특경대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사격 실력을 갖춘, 상관으로써는 나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을 씹어 잡수는 듯한 나태함과 무책임함은, 자신을 비롯한 많은 부하들에게 고생길을 열게 하였다. 일을 잘해도 그것이 필요한 때에 적재적소로써 발휘되지 않으면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그였다.

 

 이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자니 이따금씩 예전에 갔다 온 군대 생각이 나곤 했다. 그곳에 있을 때도 소위 진상이라 불리는 선임과 간부들이 있곤 했으니까. 물론 군대에 있을 때보단 자유롭긴 하지만, 어찌 보면 더 나쁜 상황이었다. 군대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남자가 대부분이라,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고 여러 얘기들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상관은 여자다. 아무리 사회라곤 하지만, 평생 여자 친구 하나 못 사귀어 본 자신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기엔 어쩐지 사이에 벽이 쳐진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뭐라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묵묵히 상관의 밑을 봐주는, 좋게 말하면 성실하고 나쁘게 말하면 밑을 봐주는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

 

 가끔 부하들이 그런 자신에게 장난스럽게 묻곤 한다. 왜 그렇게 성실하냐고, 혹시 송은이 경정님께 마음이 있는 건 아니냐고. 물론 그는 나이가 찼고, 이성에게 여러 감정을 가질 시기긴 하다. 그야 당연히…

 

 

 대답은 ‘아니다’였다.

 

 

-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는,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문을 걸어 잠그고 돌아선 채민우 경감의 발걸음은 어쩐지, 평소와 달리 가벼워 보였다.

 

 특유의 무표정을 하고 있던 안면 근육이 꿈틀거린다. 참으려 했지만 어쩐지 입에서 가벼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이제 짐을 하나 덜게 되었는데. 상관과 부하라는 관계 하에 이루어진 불평등한 관계를, 그 피곤했던 나날을 청산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특경대 경감 채민우, 경정으로 승진-

 

 이 소식을 들은 것은 얼마 전이었다.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상관이 전해준 소식. 그에 채민우는 여전한 포커페이스로 감사를 표했지만, 사실 그 속내는 뛸 듯이 기뻤었다. 월급이 올라서? 물론 그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ㅡ

 

 그 송은이 경정과 같은 직급이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이제 더 이상 상관이랍시고 송은이 경정의 여러 과오(?)를 자신이 떠맡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졸려’를 연발하는 그 상관이 나 몰라라 한 일들을 한숨 쉬며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이 사실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뒤에 상관이 말하는 이러쿵저러쿵은, 그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일터로 나가면, 모든 대원들이 보는 가운데 승진 소식을 전하게 될 것이다. 물론 송은이 경정 또한 그 모습을 보겠지! 그때 그녀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마음 한 편은 어쩐지 무거웠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지워져 버렸다.

 

-

 

 “충성! 좋은 아침입니다, 채민우 경감님.”

 “아아, 좋은 아침.”

 

 특경대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반겨주는 대원에게,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한다.

짐을 내려놓은 후, 환복을 위해 돌아서던 채민우에게, 다시금 예의 그 ‘하얀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좋은 아침이야ㅡ! 흐아암~.”

 

 밝게 소리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입을 가리며 크게 하품을 하는 송은이 경정이었다. 매일같이 보아온 모습이지만, 오늘 채민우 경감의 마음은 그리 착잡하지 않았다. 이제 곧 일어날 일들이 더욱 신경 쓰였으니까.

 

 “야ㅡ채민우! 상관이 있는데 인사도 안하고, 짜샤ㅡ!”

 “…아까 하지 않았습니까.”

 “어어, 그런가~?”

 

 밝게 웃으며 채민우 경감을 타박하는 송은이 경정이었지만, 그의 한 마디에 곧바로 수긍한다. 그에 대해 더 신경 쓰지 않고, 환복 하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나려는 채민우였지만, 그런 그를 가로막듯 송은이의 말이 귀를 파고들었다.

 

 “잠깐, 잠깐. 너 오늘 승진한다며?”

 

 움찔.

 

 예상치 못한 송은이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알고 있었나, 그 생각과 함께 절로 지어지려는 썩소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래, 내가 승진한다. 이제 알았나?!”

 

 ‘머릿속으로만’ 그렇게 말하고는 그 밉살맞던 얼굴을 주시한다. 그런데 여전히, 그 얼굴은 여느 때처럼 밝게 웃고만 있었다. 예상과는 다른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게도ㅡ훨씬 큰 충격이 그를 엄습했다.

 

 “잘 됐다, 축하해! 나도 오늘 승진하는데, 헤헤ㅡ.”

 

 쿠웅-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자세 그대로 얼어버렸다. 경직된 얼굴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부자연스럽게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 내었다. 지금 몸 상태는 아무래도 좋다.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소…송은이 경정님도 오늘 승진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응! 이제 송은이 경정이 아니라 송은이 총경이라고! 에헴~알아 모시라고!!”

 

 그렇게 말하며 소리 나게 등을 팡팡 때리지만, 채민우 경감…아니, 오늘부터 채민우 경정으로 불릴 그는 그 아픔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이 악마같은 상관에게서 벗어나나 했는데, 이제 그 잡일들을 한숨 쉬며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군대에서 자신의 계급이 오르면 그 선임 또한 가만히 있지 않듯이, 이 상관은 또 다시 자신의 상관으로써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매일처럼 말이다.

 

 

 

 “헉!”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고는,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보금자리인 원룸이었다. 옷은 잠옷 차림이었고, 그 몸은 침대 위에 있었다.

 

 아아…꿈이었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 사실에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이내 양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는, 악몽을 꾼 것에 대한 착잡함과 그것이 꿈임을 안 것에 대한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달력을 보니 2월 6일, 자신의 승진일이었다. 악몽은 이미 지나갔다. 자신은 오늘 경정이 될 것이고, 그렇게나 속 썩이던 자신의 상관…아니, 이제 동료겠지. 송은이 경정은 이제 자신에게 일들을 떠넘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기쁨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어쩐지 밖이 유달리 밝아 보였다. 지금이 몇 시지?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9시 11분? 이런, 늦었구나. 평소엔 지각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채민우가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그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그것은 여러 번 자신에게 걸렸을 통화 기록과, 몇 통의 문자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열어본 순간, 그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먹먹한 느낌과 함께 숨이 다시금 가빠졌다.

 

 

 ㅡ야, 채.민.우.경.정! 뭐 하는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오늘 너랑 내 승진일인 거 잊었어?! 빨리 안 오면 가만 안 둔다ㅡ이거 보면 빨리 출근해!!

 

 

 땀으로 범벅이 된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 핸드폰이 마치 예전에 봤던 영화처럼, 팽이처럼 돌아가는 모습 따윈…연출되지 않았다.

 

 매일과 같은 하루하루는, 여전히 이어졌다. 매일처럼…

 

 

 

-------------

 

예전에 쓴건데 어째선지 여기엔 없길래 직접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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