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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그는 그녀가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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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국인코스프레 이름으로 검색  (59.♡.211.246) 작성일16-09-15 21:33 조회10,90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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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늑머개 나올때 레비아 실루엣만 공개될 때 썼던 문학

 

옛날글에 없길래 직접올림..

 

 

---------

 

 범죄를 저지른 클로저들로 구성된다는, 형량 감경이라는 조건 하에 살인조차 마다하지 않는다는 벌쳐스 처리부대. 말만 들으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현재 그 시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 화이트 보드판 등의 소소한 물품들이 위치한 작은 방이 있었다. 그 방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턱 아래에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단정하지 못한 하늘색 머리를 하고 있던 소년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꼰대, 그 녀석들은 아직인가?”

 “뭐,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지.”

 

 하늘색 머리 소년, 나타의 말에 꼰대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에 낮게 혀를 찬 나타가, 고개를 젖혀 나른하다는 제스쳐를 취해 보인다.

 

 “지루하구만, 새 임무는?”

 “없는 게 다행임을 여겨라, 평화가 가장 좋은 거니까 말이다.”

 

 단호한 어투로, 그렇게 못을 박아버리는 꼰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던 나타가, 들으라는 듯 코웃음을 치면서 내뱉었다.

 

 “흥, 정말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우리 같은 버러지들이 나올 일도 없었겠지.”

 “부정은 않도록 하지.”

 “쳇.”

 

 여전히 막힘이 없구만, 그런 생각과 함께 혀를 차는 나타였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자신이 무어라 표독스런 말을 내뱉으면, 꼰대는 그것을 여유롭게 넘겨 버렸다. 그럴 때마다 어린애 취급 받는다는 느낌이 강한 나타였기에 공세를 멈추진 않았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논쟁을 그만두고 더럽게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궁리하던 그였지만, 이내 그의 신경은 다시금 꼰대에게로 쏠렸다.

 

 “그보다 기뻐해라, 나타. 새 동료가 오기로 했다.”

 “새 동료라고?”

 

 뜻밖의 소식에, 살짝 눈을 떠 보이는 나타. 그런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빙긋 미소를 지은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래. 게다가 무려 여자 아이다.”

 “쳇, 관심 없어.”

 

 어째선지 의기양양한 꼰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리 나게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현재 방 안에 있는 것은 나타와 남자 둘 뿐이었지만, 사실 현 벌처스 처리부대의 구성원은 보조 직원을 제외한, 나타 같은 전투원들은 전부 남자였다. 그럼에도, 남자냄새만 풍기는 시설에 여자가 온다는 점은 나타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타인의 정의란, 그저 죽일 녀석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구분만이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재미없는 반응이구만. 이름은 레비아라 하더군. 오면 잘 대해주라고.”

 “레비아? 거참 짜증나는 이름이구만.”

 

 귀족집 딸내미 이름이냐, 그렇게 중얼거린 나타가 다시금 혀를 찼다. 자신의 과거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그로서는, 그 같은 귀티나 보이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져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던 나타가, 이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꼰대를 마주보며 말을 이어간다.

 

 “…레비아라고?”

 “그래. 흥미 있나?”

 “…그러고 보니, 전에 검은양인지 뭔지 하는 팀 소속이던 짜증나는 꼬맹이 이름이 미스틸테인 이었나? 그 녀석이랑 이름을 합치면 레바테…”

 “…거기까지, 나타. 그 떡밥은 이미 다른 곳에서 쓰였어.”

 “그, 그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타의 의견을 단번에 두 동강 내버리는 꼰대.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어쩐지 엄숙해 보이는 그 모습에 언급을 그만두는 나타였다.

 그러던 중, 꼰대의 뒤에 있던 문에서 작은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오, 마침 도착한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 꼰대가, 문을 열고는 무어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문 밖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타가 있는 위치에서는 상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이 없었기에 심드렁한 채로 그 모습을 보는 그였지만.

 

 “들어와라, 레비아.”

 

 이내 꼰대의 옆에, 규칙적인 발걸음과 함께 한 신형이 위치하였다.

 긴 머리에,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실용성을 중시한 듯 보였지만, 소녀임을 과시하는 듯 복장에는 여러 장식이 되어 있었다. 그런 소녀틱한 느낌을 잠재우듯, 그녀의 팔에 감싸여진 낫은 서슬이 퍼랬다. 한순간 소녀의 몸을 훑어본 나타가 들으라는 듯 소리 나게 혀를 찼다. 그런 나타와 눈이 마주친 소녀가, 입으로 무어라 우물거리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레비아라고 해요.”

 “나타.”

 

 모습만큼 정갈한 느낌의 목소리. 소녀의 소개에, 시큰둥하게 자신의 이름 두 글자만 내뱉는다. 누가 봐도 아니꼬울 상황이었겠지만, 자신을 레비아라 칭한 소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나타. 잘 부탁드려요.”

 “흥, 발목이나 잡지 말라고. 귀찮게 굴면 너부터 잘게 썰어버릴 테니까.”

 “나타!”

 

 나타의 말에, 꼰대의 언성이 높아졌다. 주의의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는지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끼는 나타였다. 그런 그와 레비아를 번갈아 보며 난감하다는 듯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던 꼰대가, 슬쩍 시계를 보더니 익숙한 중저음으로 말을 이었다.

 

 “…음, 난 일이 있어 나가보겠다. 나타, 할 일없으면 레비아 데리고 주변 구경이나 시켜 줘, 모르는 게 많을 테니까.”

 “뭐어?”

 

 어이없다는 듯 반문하는 나타. 꼰대가 자신한테 사랑의 고백을 한다 해도 이 정도로 황당해하지 않을 것 같은 어조였다. 그런 나타의 반응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목에 걸린 구속구를 슬쩍 가리킨 꼰대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갔다 와서 확인할 테니, 잘 해놔.”

 “어이!”

 

 나타의 의견은 일언반구도 듣지 않은 채, 어느새 꼰대는 문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몇 초간 하염없이 문만을 보던 나타가, 한 차례 이를 빠득 갈더니 다시금 혀를 찼다.

 

 “…쳇.”

 

 레비아를 한 번 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는 그였다.

 

 

 *

 

 

 저벅저벅.

 뚜벅뚜벅.

 

 ‘…….’

 

 저벅저벅.

 뚜벅뚜벅.

 

 “뭘 자꾸 따라오는 거야, 앙?!”

 

 자신의 발소리와 합주를 내듯 들려오는 소녀의 구두소리가 거슬렸기에, 빽 소리를 지르는 나타. 그에 흠칫한 레비아가, 입을 몇 차례 뻐끔거리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해명한다.

 

 “아, 으음…나타를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후우.”

 

 레비아의 말에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쉰 나타가, 자신의 목에 걸린 구속구를 습관처럼 만지작거렸다.

 

 벌처스 처리부대의 전투원들은, 예외 없이 모두 목에 구속구를 차고 있었다. 이 구속구는 범죄자들이 함부로 날뛸 수 없게 만들어진, 버튼 하나만으로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목줄 같은 것이었다.

 꼰대 또한 구속구를 차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처리부대 내에서 리더의 위치에 속한 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대원의 구속구에 간섭할 자격이 있었기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함부로 제안을 거절하진 못하는 나타였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레비아의 목에도 구속구가 걸려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보던 나타였지만, 이내 그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어느새 그의 눈은, 레비아의 구속구가 아닌 그 옆에 보이는 반짝이는 줄을 향해 있었다.

 그런 나타의 시선을 느꼈는지, 자신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가는 레비아. 이내 그녀의 작은 손에, 마름모꼴의 물체가 들려졌다.

 

 “펜던트?”

 “…네.”

 “흥, 처리부대에 속한 주제에, 액세서리를 할 짬이 있던 모양이지?”

 “아, 아뇨….”

 

 쏘아 붙이는 나타의 말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레비아. 이내 그녀가 시선을 내리깔고는, 펜던트를 꼭 쥐며 말을 이었다.

 

 “유품…이에요. 신세졌던 분의….”

 “…….”

 

 갑작스레 찾아오는 적막감에, 인상을 찌푸린 나타가 홱 몸을 돌렸다. 그에 자신이 괜한 말을 했나 싶어서, 우물쭈물해하던 레비아였다. 이내 몇 걸음 걸어간 나타가 도달한 곳은, 한 쪽에 버젓이 놓인 냉장고였다.

 말없이 냉장고를 연 나타가, 아이스크림을 꺼내 들었다.

 

 그러다 슬쩍 레비아를 돌아보고는, 다시금 아이스크림을 돌아본다. 그렇게 몇 번 시선을 옮긴 그가, 버릇마냥 혀를 차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꺼내고는 레비아에게 던졌다. 허겁지겁 그것을 받은 레비아의 눈에, 이미 껍질을 까고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은 나타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신을 빤히 보는 레비아의 모습이 못마땅한 나타가, 퉁명스레 던졌다.

 

 “뭐해, 아이스크림 처음 봐? 안 먹을 거야?”

 “…아.”

 

 나타의 말에, 눈이 똥그래진 레비아가 자신의 손에 들려진 아이스크림을 내려다본다.

 

 “아, 역시 이건 얼음…읍!”

 

 무어라 말하려다가, 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레비아. 자신을 빤히 보는 나타를 마주보는 레비아의 눈은 상당히 커져 있었다. 이내 아이스크림을 한 번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그녀였다.

 

 “아, 아뇨…감사합니다.”

 ‘뭐야….’

 

 감사를 표하고는, 아이스크림의 껍질을 뜯는 레비아.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의아해하며 그녀를 보는 나타의 눈은, 강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었다.

 

 ‘이런 서민의 음식은, 제대로 구경도 못 해봤다는 건가?’

 

 다시금 나타의 눈이 가늘어졌다. 유품 얘기에 아주 잠깐 죄책감이 고개를 들었었지만,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랑도 아니고 내세울 것도 아니지만, 나타는 상당히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었다. 그 보상심리일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눈앞의 소녀는 정이 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가 정을 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겠지만. 정갈한 자세에, 어딘지 귀티 나는 이름, 단정하고 눈에 띄는 옷차림…귀하게 자란 듯한 모습들. 모든 것이, 나타 자신과는 대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감정은, 방금 전의 일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빠득-하고 한차례 이를 간 나타가, 조용히 돌아선다. 그런 그를 레비아가 조용히 불렀지만, 대답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에 비례하여 레비아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내 그녀 또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뒤에서 부르는 레비아의 말을 무시하던 나타가 도착한 곳은, 특수 유리로 내부가 보이게 되어 있는 커다란 방의 철문 앞이었다. 철문에 설치된 보안장치를 해제한 그가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서자, 잠시 머뭇거린 레비아 또한 종종걸음으로 따라 들어갔다.

 어느새 나타는, 방의 한 쪽에 위치한 컴퓨터에 무언가 입력하고 있었다. 이내 그가 레비아가 자신에게로 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연다.

 

 “너도 부대원 코드 있지? 입력해.”

 “코드…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레비아였지만, 나타의 표정이 다시금 일그러지려 하자 재빨리 코드를 입력한다. 이내 나타가 레비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해나간다. 그러면서, 지나가듯 말하기 시작하였다.

 

 “여긴, 처리부대의 단련을 위한 대련장이야. 부대원끼리 겨루며 상호적인 실력 향상을 바란다는 취지지만…사실 윗대가리들의 여흥거리에 불과하지.”

 

 그렇게 말한 나타는, 어느샌가부터 짜증난다는 말을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자판을 두드리는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거세게 자판을 내려치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도록 목에 이 짜증나는 구속구가 걸려 있어. 이 구속구는 단순히 행동을 제어할 뿐 아니라, 설정에 따라 허튼 짓을 못하도록 우리의 위상력 또한 제어가 가능하지. 지금이 딱 그 상태고. 그럼, 내가 여기 왜 온 것 같냐?”

 

 그렇게 말을 하며, 마무리를 하듯 버튼 하나를 누르고는 손을 떼는 나타. 그에 뭐라도 말해 보려던 레비아의 눈이, 이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타의 몸에서, 분명 없었어야 할 위상력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내, 자신의 몸에도 위상력이 돌아옴을 알아채는 레비아. 해명을 요구하듯 나타를 보는 그녀에게,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아까 말했듯이, 여긴 대련장이야. 그럼 당연히 위상력이 없으면 얘깃거리도 안 되겠지. 아까 네가 코드를 입력했던 건, 이 대련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코드를 인식시키기 위해서였어. 이렇게 하면…”

 

 나타가 들고 있던 쌍검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휘둘러졌다. 분명 살기가 담겨 있었다. 바위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썰어버릴 위력이 담긴 검격에, 매서운 칼바람이 레비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 방 내부에 한해서, 구속구의 위상력 제한을 해제할 수 있거든.”

 

 그렇게 말하는 나타의 목소리엔, 왠지 모를 웃음기가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대하는 레비아에겐 조금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리 없이 침을 삼킨 그녀가, 자연스럽지 않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다른 곳도 안내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레비아의 바람과는 달리, 나타는 그에 긍정적인 대답은커녕 일말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불안해진 레비아가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 그들이 들어왔던 철문은,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단단히 닫혀 있었다.

 

 “내 말을 뭘로 들었어?”

 

 아래로 늘어져있던 나타의 손이, 슬로우 모션으로 들려졌다.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쌍검 또한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어느새 그 끝은 레비아를 겨누고 있었다.

 

 “대련장에 왔으면, 할 게 있을 거 아냐?”

 “…나타?”

 “…뭐, 확실히 네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상황이겠지. 알기 쉽게 말하자면…신고식 같은 거야.”

 “신고식…이요?”

 

 확인하듯 말하는 레비아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타. 레비아로서는 분명 위화감이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아랑곳 않는 나타의 설명이 이어진다.

 

 “알다시피 여기 제대로 된 녀석들은 없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참한테 쓴 맛을 보여줘서, 고분고분하게 만든다는 취지인 거야.”

 

 나타의 말은, 틀리지는 않았다.

 벌처스 처리부대는 단순히 벌처스라는 기업을 위해 암약하는 부대가 아니라,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살인조차 마다않는 범죄자들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어떠한 이유가 없으면 죄를 지을 일도 없고, 분명 그것은 뒤틀려진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나타는 물론, 꼰대나 다른 처리부대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신고식으로써,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참을 교육한다는 것은 분명 앞뒤가 맞는 말이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해석이었고, 사실 처리부대 내에 그런 관습은 없었다. 있다 해도 즉흥적으로 일어날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는 단지 나타의 독단일 뿐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괴롭히기 위한, 불합리한 심술 말이다.

  

 나타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기에 낫을 양손으로 꼭 쥔 채 눈치만 보는 레비아. 그런 그녀를 가만히 주시하던 나타였지만, 계속 그럴 생각은 없었는지 한 발짝을 내딛는다. 그에 호응하듯 레비아가 한 발짝 물러선다.

 

 “안 올 거냐?”

 “…….”

 “그럼, 내가 가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나타의 신형이 내달았다. 쏜살같이 레비아의 앞에 당도한 나타의 쌍검이 공기를 갈랐다. 레비아는 낫을 휘두를 생각도 않은 채, 열심히 낫을 움직여 나타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였다. 

 잠시 간을 보겠다는 생각이었기에 별다른 기술 없이 기본적인 공격만을 해대는 나타였으나, 얼마 가지 않아 그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지는 레비아였다.

 

 “뭐 하고 섰어? 이대로 맞고 있기만 하려고?”

 

 자신의 쌍검에 매어진 줄을 잡고는, 공중에서 돌려대며 말하는 나타였지만 레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김이 샌 나타가, 다시금 검을 들어서는 레비아를 향했다. 그러자, 검을 본 레비아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정확히는, 검의 끝에 매달린 어떤 물체에 의해.

 

 “그, 그건….”

 “그러고 보니, 유품이라고 했던가?”

 

 레비아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죽이며 말하는 나타. 이내 그가 검을 레비아에게로 쭉 뻗는다. 그런 나타의 행동에, 몸을 일으킨 레비아가 펜던트로 서서히 손을 뻗었다.

 

 “잘 됐네.”

 

 그 말과 함께, 가볍게 검을 쳐올리는 나타. 그 반동으로 펜던트가 공중에 떠올랐다.

 이내, 펜던트는 나타의 칼질 한 번으로 전과 같은 형태를 찾을 수 없게끔 부서져 버렸다.

 

 “아, 아아…!”

 

 절망, 그 한 단어밖에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레비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보여 왔던 얌전한 목소리는 이미 온데 간데 사라져 있었다. 허겁지겁 파편을 주워 모은 레비아가, 그것들을 양 손에 쥐고는 낮게 흐느낀다.

 그런 그녀를 비웃듯, 나타의 일침이 이어졌다.

 

 “하, 언제까지 질질 짜고 있을 거냐?”

 

 그렇게 말하며, 소리 나게 웃기 시작한다.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 정도가 심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꼰대가 본다면 지겨운 잔소리가 이어지겠지만, 이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빠득-

 

 한 차례 이를 가는 소리가 퍼졌다. 나타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턱에 힘이 들어감으로 인해 나타난 표현이었다. 그 반응 하나만으로, 나타의 표정이 매우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장난감을 받은 어린애마냥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즐거운 것은 오랜만이었다. 예전에 팀의 리더라 했던, 핑크색 단발 꼬맹이랑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분하면 빨리 덤비라고. 아니면 이대로 썰어줄까?!”

 

 다시금 나타의 도발이 이어졌다. 지금 나타의 관심은 단순히 레비아를 괴롭히는 게 아닌, 그녀의 화난 모습을 보는 데에 있었다. 갖은 멸시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녀였지만, 사람인 이상 다른 감정이 없을 리는 없다.

 어떤 목소리로 화를 낼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말을 할까? 어떻게 자신에게로 덤벼들까!  얌전하고 다소곳한 여자를 분노와 슬픔으로 망가뜨렸을 때의 모습은 어떨까, 그것을 상상하니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그런 나타의 기대에 호응하듯, 레비아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내…”

 “내!”

 

 왔구나! 속으로 쾌재를 내지른 나타가, 레비아의 말을 강조하듯 따라하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저 얌전한 얼굴이 어떻게 일그러질까, 저 나긋나긋한 말투가 어떻게 매서워질까, 저 차분한 목소리가 어떻게 갈라질까, 저 움츠린 몸이, 자신을 쓰러뜨리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까! 하나하나 생각하는 것만 해도 즐거워졌다.

 생일선물의 포장을 뜯는 어린아이 같은 기대감에 휩싸인 나타에게, 레비아의 말이 이어졌다.

 

 

 

.

 

 

 

 

.

 

 

 

 

.

 

 

 

 

“내래 동무를 아작을 내버리갔어어어어어어!!”

 

 “뭐, 뭐?!”

 

 당황하는 나타였지만, 그 외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낫에 담겨진 거대한 위상력이, 마치 방공호를 뒤덮는 인민의 폭풍마냥 나타를 휩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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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아이스크림은 북한말로 얼음 보숭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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